2025년 한글 레터링은 캠페인 하나를 위해 손으로 그린 듯한 개성이 중심이었고, 2026년에는 GS25·CU·이디야처럼 여러 접점에 반복 사용하는 전용 서체 형태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디자인의 화려함이 아니라 "한 번 쓰고 끝나는가, 시스템으로 확장되는가"다. 노출량이나 반응률 같은 정량 데이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아, 판단은 사용 방식과 공개 범위로 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한글 레터링, 지금 두 흐름은 뭐가 다를까?

2025년에 확인되는 한글 레터링 사례는 대부분 한 번의 캠페인·전시를 위해 그려진 것들이다. 투썸플레이스 '스초생' 캠페인은 획 끝을 유려하게 늘어뜨린 플러리시 스타일로 제작됐고, 같은 디자이너가 2025년 봄 '피치생' 캠페인도 맡았다는 점에서 시즌마다 새로 그리는 구조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네이버·스포티파이 캠페인 레터링도 스프레이로 즉흥적으로 쓴 듯한 질감을 살리면서, 비스듬한 가로획과 X자형 시옷으로 캠페인 고유의 개성을 넣었다출처. 반면 2026년 사례로 넘어가면 GS25의 '혜자로운' 서체(한글 2,780자·영문 94자·특수문자 541자)나 BGF리테일·산돌이 공동 개발한 CU의 'SD CU Good Friend' 서체처럼, 로고 한 줄이 아니라 패키지·홍보물·매장 안내물까지 두루 쓰도록 설계된 경우가 늘어난다출처. 둘을 가르는 질문은 간단하다. "이 글자, 다른 곳에도 그대로 쓸 수 있게 만들어졌나?"

  • 2025년형: 캠페인 1건을 위한 손맛 중심 레터링 (투썸플레이스, 네이버·스포티파이)
  • 2026년형: 여러 매체에 반복 적용하는 서체 시스템 (GS25, CU)
  • 판단 기준은 화려함이 아니라 '재사용 설계 여부'
  • 공개된 정량 데이터는 없어 사용 범위로 구별하는 게 안전하다

손글씨 질감과 전용 서체, 획에서 뭐가 갈릴까?

손글씨형 레터링은 획의 굵기, 기울기, 끝맺음이 불규칙해도 그대로 둔다. 네이버·스포티파이 캠페인의 경우 비스듬한 가로획과 X자형 시옷처럼 '틀어진' 형태를 의도적으로 살려 즉흥성을 강조했다출처. 반면 서체로 개발되면 모든 글자가 같은 규칙을 따라야 완성도가 생긴다. CU의 'SD CU Good Friend'는 부드러운 곡선과 살짝 올라간 획이라는 하나의 규칙을 한글 전체 글자에 동일하게 적용해, 어디에 놓아도 같은 브랜드 인상을 주도록 설계됐다. GS25의 '혜자로운' 서체도 2,780자라는 완성형 한글 글자 수를 모두 채워, 특정 단어뿐 아니라 임의의 문장을 조합해도 톤이 흔들리지 않게 만든 사례다. 손글씨 레터링을 그대로 서체로 바꾸면 불규칙함이 오히려 피로감을 줄 수 있어, 시스템화 단계에서 획을 다듬는 작업이 따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전시 포스터와 브랜드 서체, 목적부터 다를까?

전시 포스터 레터링은 그 전시 한 번을 위해 주제를 글자 형태로 압축하는 일이 목적이다. 세종문화회관의 〈인상주의를 넘어〉 포스터는 세리프와 획 대비, 장식적 곡선으로 서양 고전 활자 인상을 만들었고, 〈꿈의숲 마티네 콘서트〉 포스터는 수직 획과 원형 장식, 반복선으로 악보의 리듬을 떠올리게 했다. 〈어메이징 타일랜드〉 포스터는 말려 올라가는 곡선으로 태국 문자의 조형감을 한글에 입혔다출처. 이 세 포스터는 모두 다른 레터링이고, 해당 전시가 끝나면 그 형태를 다시 쓸 일도 거의 없다. 반면 브랜드 서체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이디야는 한글날 캠페인에서 앱 아이콘, 로고, 음료 사이즈·온도 표기까지 한글 요소를 적용했는데, 이는 포스터 한 장이 아니라 앱 UI와 매장 안내라는 '일상 접점'에 반복해서 쓰기 위한 설계다. 포스터 레터링이 '한 번의 인상'을 노린다면, 브랜드 서체는 '매번 같은 인상'을 노린다.

전통 문양을 들여온 레터링은 뭐가 다른가?

2026년 '2026 BTS 달마중 X MU:DS' 컬렉션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19세기 문자도에서 출발했다. 문자도는 글자의 획 안에 동물·식물 같은 상징과 이야기를 그려 넣는 전통 방식인데, 이를 한글 디자인에 적용했다는 점이 핵심으로 소개된다출처. 이 방식은 앞서 본 손글씨 레터링이나 포스터 레터링과 다른 축에 있다. 손글씨 레터링이 '획을 어떻게 긋는가'에 초점을 둔다면, 문자도 응용 레터링은 '획 안에 무엇을 넣는가'를 다룬다. 즉 글자의 외곽선이 아니라 내부 공간을 이야기와 상징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같은 시기 출간된 《한글로고 Vol. 1》도 정돈된 로고타이프부터 자유로운 레터링, 실험적 조형까지 넓은 범위를 한데 묶어, 한글 로고가 개인 포스터 작업을 넘어 독립적인 기록·아카이브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레터링과 서체, 같은 말로 써도 될까?

둘은 자주 섞여 쓰이지만 정확히는 다른 작업이다. 레터링은 특정 문구 하나를 위해 글자를 그리는 일회성 드로잉에 가깝고, 서체(폰트)는 모든 글자가 같은 규칙으로 재생산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투썸플레이스나 네이버·스포티파이 캠페인 작업은 '그 문구'를 위한 레터링이지, 다른 단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폰트 파일이 아니다. 반대로 GS25·CU의 작업은 처음부터 한글 수천 자를 포함하는 폰트 파일로 개발됐다. 모노타입이 2025년 한국 폰트 기업 디자인210을 인수하며 210옴니고딕·210도우넛·210산토리니 등 1,100종 넘는 한글 폰트 자산을 확보했다는 소식도, 레터링이 아니라 '재사용 가능한 서체 자산'의 규모를 보여주는 사례다출처. 두 작업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면, 캠페인 레터링은 '서체 완성도가 낮다'는 식의 오해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애초에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 기준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두 흐름이 겹치는 지점은 어디일까?

완전히 분리된 흐름처럼 보이지만 겹치는 지점도 있다. 2025년 서울대-CCA 국제 워크숍에서 나온 한글 레터링은 깃발·전시물이라는 일회성 결과물로 끝나지 않고, SF Art Book Fair와 벨기에 019 Ghent라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반복 전시됐다출처.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의 'Text.Tile.Textile' 연구도 한글을 한 번의 문구가 아니라 반복·배열 가능한 패턴 단위로 다룬다. 즉 손으로 그린 레터링이라도 반복·확장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면 시스템형에 가까워지고, 반대로 서체로 개발된 글자도 특정 캠페인에서는 한 문구만을 위해 변형되기도 한다. 빙그레가 우리말 브랜드 '따옴' 광고를 2026년 10월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노출한 사례도, 국내용 브랜드 표기 하나가 해외 옥외광고라는 새로운 접점으로 확장된 경우로 볼 수 있다. 2026년 기준으로 보면, 두 흐름을 가르는 건 '손으로 그렸는가, 폰트로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그 결과물이 처음부터 반복·확장을 전제로 설계됐는가에 더 가깝다.

핵심 정리

  • 2025년 사례는 손글씨·즉흥적 질감 중심의 캠페인형 레터링이 두드러진다
  • 2026년 사례는 GS25·CU·이디야처럼 여러 접점에 반복 사용하는 서체·시스템형이 늘었다
  • 레터링과 서체는 '한 문구용 드로잉'과 '재사용 가능한 글자 시스템'으로 목적이 다르다
  • 문자도를 응용한 MU:DS 사례처럼 획 내부에 상징을 담는 접근도 새로운 축으로 등장했다
  • 노출량·반응률 같은 정량 데이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아, 판단은 사용 범위로 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