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디자인, 지금 뭘 기준으로 봐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2026년 기준 지속가능 디자인을 가르는 기준은 "친환경으로 보이는가"가 아니라 "해체·재사용·측정이 가능한가"다. 나무색 마감이나 식물 벽 같은 이미지 요소보다, 구조를 뜯어 다시 쓸 수 있는지, 탄소 저감치가 숫자로 나오는지가 실제 감별 포인트로 옮겨갔다. ArchDaily는 2025년 디자인 흐름을 circularity·biomaterials·carbon-conscious design으로 묶으며, 철거보다 재사용·전용이 두드러진다고 정리했다.

이 글의 핵심

  • 지속가능 디자인은 이제 이미지가 아니라 재사용 가능한 구조·저탄소 소재·모듈형 설계로 측정되는 운영 방식으로 이동했다.
  • 재활용 소재와 새 저탄소 소재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탄소를 줄이며, 발리 사례 연구에서는 재활용 대나무 최대 40%, 새 재료 최대 50% 감축이 보고됐다.
  • 모듈형 설계는 자원 효율 25%, 건설 폐기물 최대 30% 감축이라는 정량 수치로 확인된다.
  • 임시 파빌리온도 폐자재 재사용 여부로 지속가능성이 갈린다.
  • "천연소재=지속가능"이라는 등식은 해체·재사용 가능성을 빼놓고 보면 성립하지 않는다.

친환경 이미지와 순환 설계, 뭐가 다를까?

둘의 차이는 "보이는 것"과 "측정되는 것"의 차이다. 친환경 이미지는 목재 마감, 초록색 팔레트, 식물 배치처럼 시각적으로 소구하는 요소를 말한다. 반면 순환 설계는 해체 후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지, 폐기물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정량으로 따진다. Gensler는 2025년 트렌드에서 적응형 재사용(adaptive reuse)이 "지속가능성의 장식 요소"가 아니라 실제 탄소 저감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짚었다. 오래된 건물을 허물지 않고 리노베이션·재활용·에너지 효율화로 다루는 접근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구분이 실사용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겉보기 친환경 소재를 쓴 공간이라도 구조 자체가 해체·재사용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순환 설계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색이나 질감이 평범해도 모듈화되어 있고 분해 가능한 결합 방식을 썼다면 순환성 점수는 더 높을 수 있다. 유럽 순환경제 플랫폼이 정리한 사례집에는 Woodscraper(독일), Mo de movimiento(스페인), People's Pavilion(네덜란드) 같은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는데, 공통점은 재사용·개조·분해 가능 설계를 실제 시공 단위에서 구현했다는 점이다.

재사용 소재와 새 저탄소 소재, 탄소는 어느 쪽이 더 줄일까?

두 접근 모두 탄소를 줄이지만 감축 폭과 조건이 다르다. 발리의 사례 연구에서는 재활용 대나무가 탄소배출을 최대 40% 줄인 반면, 새로 만든 저탄소 재료는 최대 50%까지 줄인 것으로 보고됐다. 콘크리트 쪽에서는 반대로 재활용 콘크리트가 30% 감축, 새 골재가 35% 감축으로 나타나 소재별로 우위가 갈렸다. 즉 "재활용이 항상 더 낫다"는 단순 도식은 소재군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소재 방식 탄소 감축
대나무 재활용 최대 40%
대나무 새 재료(저탄소) 최대 50%
콘크리트 재활용 30%
콘크리트 새 골재 35%

실사용 관점에서는 소재 하나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mass timber·무탄소 시멘트·저탄소 마감재처럼 Gensler가 언급한 소재 혁신 카테고리와 함께 놓고 비교하는 편이 감별에 가깝다. 어떤 소재가 절대적으로 우수하다기보다, 프로젝트 조건(기존 구조 활용 가능 여부, 로컬 조달 거리 등)에 따라 감축 폭이 갈린다고 보는 게 안전하다.

모듈형 설계는 정말 폐기물을 줄일까?

수치상으로는 그렇다고 볼 근거가 있다. 같은 발리 사례 연구에서 유연한 모듈형 설계는 자원 효율을 25% 높이고, 건설 폐기물을 최대 30%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모듈형 설계가 폐기물을 줄이는 원리는 단순한데, 부재를 규격화해 현장 재단·폐기를 줄이고, 필요시 다른 위치로 옮기거나 재조립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DETAIL의 2025년 특집도 circular densification과 relocatable housing construction 같은 표현으로 이동 가능한 주거 구조를 지속가능 디자인의 한 축으로 다뤘다.

다만 모듈형이라고 해서 전부 순환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규격화된 부재라도 분해 방식이 접착·용접 위주라면 재사용이 어려워진다. 감별할 때는 "모듈형인가"보다 "분해 후 다른 곳에 다시 조립 가능한 결합 방식인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실질적이다. 이 지점이 순환 설계에서 자주 놓치는 디테일이다.

임시 구조물도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가능하지만, 재사용 여부가 갈림길이다. 임시 파빌리온이나 전시 구조물은 태생적으로 짧은 수명 후 폐기되는 경우가 많아 폐기물 문제가 지적돼 왔다. 2025년 발표된 한 연구는 멜버른의 임시 파빌리온 프로젝트 Negative / Positive를 사례로 들며, 이전 파빌리온에서 나온 폐자재를 재사용한 방식을 소개했다. 같은 연구는 임시 건축이 많은 자재를 버리는 구조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재사용이 실제로 물질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지를 정량화하려는 시도로 이 사례를 다뤘다.

이 흐름은 엑스포 같은 대형 이벤트 건축에도 이어진다. DETAIL은 Expo Osaka 2025를 "Designing Future Society for Our Lives"라는 주제 아래 지속가능한 파빌리온 구조와 순환성이 드러난 사례로 묶었다. 임시 구조물을 볼 때 감별 기준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행사가 끝난 뒤 이 구조가 어디로 가는지, 폐기되는지 재사용되는지다.

지속가능 디자인 = 천연소재라는 오해, 맞을까?

정확히 맞다고 보기는 어렵다. 천연·생체기반 소재는 지속가능 디자인의 한 축이지만, 그 자체가 지속가능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ArchDaily는 2025년을 "living materials"와 "locally informed construction"이 주목받는 해로 설명했는데, 여기서 강조점은 소재의 출처가 자연에서 왔는지보다 로컬에서 조달됐는지, 그 지역 생태에 맞게 설계됐는지에 가깝다. 천연 소재라도 먼 거리에서 운송되거나 해체 후 재사용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시공됐다면 순환성 관점에서는 감점 요인이 된다.

반대로 콘크리트나 금속처럼 흔히 비지속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소재도, 재활용 비율이 높거나 저탄소 공정을 거쳤다면 순환 설계에 포함될 수 있다. Carbon Leadership Forum의 2025 사례집이 embodied carbon reductions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재의 "재질"보다 "이력과 재사용 가능성"을 보는 게 오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적응형 재사용과 생체기반 소재, 어디서 만날까?

두 흐름은 별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목표에서 만난다. 바로 새 자원 투입을 줄이는 것이다. 적응형 재사용은 기존 건물·구조를 다시 쓰는 쪽이고, 생체기반 소재는 새로 만들 때 저탄소·재생 가능한 원료를 쓰는 쪽이지만, 둘 다 "새로 채굴하거나 벌목한 자원을 덜 쓴다"는 지점에서 겹친다. ArchDaily가 2025년 트렌드에서 대지와 생태에 맞춘 지역성, biodiversity를 통합한 설계, adaptive reuse를 함께 반복해 강조한 것도 이 두 축이 분리된 트렌드가 아니라 하나의 방향임을 보여준다.

실사용자 입장에서는 프로젝트를 볼 때 "기존 구조를 얼마나 살렸는가"와 "새로 들어간 소재가 저탄소인가"를 함께 체크하는 편이 감별에 도움이 된다. 둘 중 하나만 충족해도 의미는 있지만, 두 축이 겹치는 지점에 있는 프로젝트일수록 정량 지표로 뒷받침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핵심 정리

  • 지속가능 디자인 감별의 축은 이미지가 아니라 재사용 가능한 구조·저탄소 소재·모듈형 설계다.
  • 재활용 소재와 새 저탄소 소재는 소재군에 따라 감축 폭이 다르며, 어느 한쪽이 항상 우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 모듈형 설계는 자원 효율 25%, 폐기물 최대 30% 감축 수치가 확인되지만, 분해 가능한 결합 방식인지가 관건이다.
  • 임시 구조물의 지속가능성은 행사 후 재사용 여부로 갈린다.
  • 천연소재 사용 여부보다 로컬 조달과 재사용 가능성이 더 실질적인 판단 기준이다.